최준렬 시인 세번 째 시집 '기척 없는 것들'"보이지 않는 것들이 투명해진다면 그것이 내가 찾아가는 자유의 길"최준렬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기척 없는 것들'을 냈다.
제1시집 '너의 우주를 받아든 손', 제2시집 '당신이 자꾸 뒤돌아보네'에 이은 이번 시집의 핵심을 차지하는 ‘기척’은 대부분 미처 우리의 의식에 닿지 않거나 “흔적 없이 사라”지기 마련이라 영원히 “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기척 없는 것들 4」). 시인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세계를 탐구하며 기척 없이 다가오고 사라지는 물질들, 때로 무섭고 때로 따듯한 기척들에 대한 시선을 담백한 서정으로 그려낸다.
쉽사리 간과하기 일쑤인 ‘기척들’의 신비함과 숭고함에 주목하면서 그 의미나 존재의의에 대해 사유하고 숙고하는 모습은 사랑과 이별, 실향과 부재의 정서, 사모곡 등의 이미지와도 유기적으로 관계하며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행복과 불행이 겹쳐 있는 삶의 다채로운 이면을 보여준다.
해설을 쓴 임동확 시인은 “작고 미미한 어떤 흔적이나 기척을 통해, 형상을 갖지 않고 있는 변화하는 세계의 배후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미묘한 섭리 내지 낌새를 재빠르게 간파하여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 자세를 취한다는 점에서 의사와 시인의 역할은 동질적이다.”라고. “그가 고뇌에 찬 사유와 깊은 존재의 심연으로 모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참다운 “자유의 길”(「시인의 말」)은 서로 다른 사건이나 존재들의 움직임들이 ‘차이를 통한 화합’ 또는 ‘통일 속의 차이’의 사태를 나타내는 ‘기척들’ 속에서 열린다.”고 말한다.
최준렬 시인은 우리들의 불완전한 의식의 한계를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불안전한 의식을 통해, “분만대”에서 “짐승처럼” “서럽게” 우는 “산모” (「분만실」)와 같은 고통스런 세계의 ‘기척들’과 함께 하는 시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분명 “묵직하고 따뜻한 생명”을 무사히 “산모”의 “가슴에 올려놓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한 명의 의사이자 모든 창조적 고통의 “산실을 지키는” 또 한 명의 성실한 시적 “산파”(「성탄절」)로서 하나의 ‘기척들’마다 우주의 목적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특히 그러기에 그는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처럼 “밤하늘의 별과/아지트 흙마당”을 “지그재그”로 동시에 “써 내려”(「좌左와 우右」)갈 수밖에 없는 ‘생명의 역설’을 주목하는 시인으로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중이다. -임동확(시인)
■ 책속에서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커튼을 열면 주인을 찾는 애완견처럼 그 쓸쓸함 다독여주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지금은 보이지 않아 피할 수 없고 언젠가는 기적 같은 사랑이 다가와 짐짓,
실은 바람의 기척을 본 것이다 겨울의 울타리를 넘어오는 너도 예고 없이 내 곁에 왔다 네 웃는 얼굴이 도무지 잡히지 않는 산불처럼 기척 없이 다가온 것들이
눈 속에 숨어든 봄비 모든 것들은 어머니를 화장하고 돌아온 날 꿈틀거리는 따뜻한 어떤 기척이 찾아와
산실을 지키는 병원 앞 성당에서는 얼어붙은 별들이 생의 첫 울음과 태초의 말씀이 거기에 있었다
강물에 떠내려온 것들은 떠밀던 완력과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더 큰 물살이 밀고 들어와 격류 같았던 생의 한때 강바닥에 쓸리고 쓸리면서
■ 차례
제2부 제3부 제4부
■ 시인의 말
나의 창문을 욕망과 불안까지도 드러내는 일 보이지 않는 것들이 투명해진다면 그것이 내가 찾아가는
최준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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