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있는 인터뷰 사양인가 했는데 몇 번의 문자와 통화 후에 어렵사리 만남이 이루어졌다. 내세울 것도 자랑할 것도 없다는 이기정 은행동 자원봉사지원단 단장.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짬을 내주어 은행동 행정복지센터 2층에 자리한 자원봉사지원단 사무실에서 그의 봉사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그가 시흥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지는 20여 년이 됐다. 결혼 후 자녀들을 양육하면서 초, 중, 고교가 근거리에 있는 주거지를 물색하다 은행동으로 이사를 왔다. 사업이 바쁘기도 했고 봉사란 특정인들이 하는 일처럼 여겨지던 그였는데 어느 날 은행파출소 앞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자율방범대 모집‘ 문구가 강하게 뇌리에 남았다.
귀가 후 아내에게 자율방범대에 가입해 보고 싶다고 말할 때만 해도 봉사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었다. 막상 방범대 활동을 시작하자 숨어있던 봉사 본능이 깨어났다. 2년이 채 되기 전에 임원을 맡았고 사무장과 대장, 국장 등의 중책을 맡아 12년을 넘게 봉사를 했다.
범죄 예방과 청소년 선도를 위한 순찰이 주 임무였지만 야간 활동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은행동 골목골목을 누볐다. 자율방범대 활동은 은행동 자원봉사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동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이웃이 평소에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웃을 빈번하게 접하고 나니 이전에 염두에 두지 않았던 봉사영역까지 활동이 점점 확장되어 갔다.
그는 2023년 4월 발대식을 한 은행동 자원봉사지원단 단장을 맡았다.
새로운 조직은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지만, 회원 대부분이 화려한 봉사 이력을 지녔기에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기에 부족함이 없다. 봉사 사업을 계획함에도 은행동 유관단체들의 긴밀한 협조가 바탕이 되어주니 걱정 없이 시도할 수가 있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신생 조직이지만 어느 단체보다 많은 활동을 진행했다.
’처음처럼 봉사단‘과 함께 매달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음식 대접을 하고 있다. 지난여름 복날에는 새마을 부녀회의 봉사를 힘입어 복달임으로 닭 200마리를 삶아서 어르신 가정으로 배달했다.
그는 요즘 공무원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그만큼이나 많다. 공무원들조차 “오늘도 출근하셨어요”라는 농을 건넬 정도다.
봉사를 펼치다 보면 비용이 드는 일이 생긴다. 최소 지출을 위해 그는 유튜브를 보면서 기술을 배우고 익혀 직접 일하기도 한다. 시흥시 1% 복지재단에서 지원한 창문형 에어컨 설치가 그 예다. 그는 전문가가 아님에도 유튜브로 숙지하여 직접 설치했다.
물론 봉사활동을 하면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비용이 있다. 본인의 여력을 벗어나면 그는 기업 후원을 비롯하여 개인 후원자를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연결한다.
일일 호프데이도 열었다. 그 수익금으로 지역 학생 8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가정을 뒤로하고 밖에서 시간과 돈을 소비하는 남편의 봉사에 불만이 있던 아내는 이제 슬그머니 봉사활동에 손을 보태는 숨은 조력자가 됐다.
사업비를 신청해서 활동하기에는 한계점이 보여 그는 개인 후원자를 확대하고 기업 후원을 연결하는 일에 매진할 계획도 세웠다. 후원자의 밤을 열어서 과다를 나누며 감사도 전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이‧미용 봉사 활동도 계획 중이다.
그는 행정담당인 은행동 복지팀장이랑 긴밀하게 협의하여 어려운 이웃들에게 더 많은 봉사자의 손길이 미치도록 애쓰고 있다.
“봉사를 왜 시작했지 보다는 더 많은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는 그는 이제 뿌듯함을 알아 일상과 구별 없는 봉사의 세계로 점점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이 글은 시흥시자원봉사센터 발행 시흥시자원봉사소식 공감 제107호에 실린 글입니다. <저작권자 ⓒ 컬쳐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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