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빨간 장날

제16회 시흥문학상 수상자 명단 및 심사평

최분임 | 기사입력 2015/10/27 [13:13]

빨간 장날

제16회 시흥문학상 수상자 명단 및 심사평

최분임 | 입력 : 2015/10/27 [13:13]
『제 16회 시흥문학상』 최종 수상자 명단을 다음과 같이 발표 합니다                     

□수상자 명단                         
대상
시  이여원(서울시 양천구) <빨간 장날>외 4편    

수필부문 우수상
수필 : 전미경(경북 영주시) <틈>외 1편    
수필 : 송귀연(포항시 북구) <숨비소리>외 1편    
수필 : 배종팔(김해시) <걸레> 외 1편  

시 부문 우수상 
시 : 김말희(안양시 동안구) <워킹데이> 외 4편    
시 : 김태희(시흥시) <후>외 4편    
시 : 설수인(부천시) <바람의 학명學名>외4편                                    

* 수상작이 기 발표작이거나 표절 등의 의혹이 밝혀지면 발표 후라도 수상이 취소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제16회  시흥문학상 심사평        
 
*시 부문 심사평   

요즘 몇 몇 심사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심사위원들의 중론은 ‘시 참 잘 쓴다’다. 잘 쓰는 데 막상 뽑자고 들면 선뜻 손에 잡히는 작품이 없이 망설여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잘 쓴 시들’의 공통점은 모두 비슷비슷하다는 점이다. 잘 쓰긴 했으나 그 시들이 삶의 매듭 매듭에서 간절히 흘러나왔다기보다 책상머리에서 만들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말을 잘 다루는 것이지 시의 본질, 삶의 본질에서 노래되어 나온 시가 아니란 얘기다. 공허한 말의 성찬이다. 제품화혹은 규격화 되어간다고나 할까? 되려 서툴고 어눌한 시를 눈여겨보게 된다. 거기에서 따스함과 시의 본질을 보게 된다. 시의 울림 대신 기교가 차지한 셈이다. 생각해봐야 할 점이다.   

<빨간 장날>을 보내주신 이여원 씨의 시는 우선 독특한 색감에 초점을 맞춘 점이 참신했다. 우리네 삶의 낮은 자리요 소박한 욕망의 거리라고 할 수 있는 ‘장날’의 풍속을 ‘빨강’에 대비시키다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있는 발상은 아니다. 그만큼 발랄한 시선으로 포착한 장날이지만 발랄한 세계만을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 남녀노소, 희로애락이 여러 색채의 대비을 통해 스러져가는 청춘과 인생을 은유화해 들어간 점이 좋았다. 사랑스런 풍속화를 보여준 수작이었다. 

<워킹 데이> 의 김말희 씨의 시도 활달하다. 어느 날 문득 ‘걷는다’. 오랜 만에 걷게 된 감격인지 아니면 ‘걷는 것에 대한 의식’인지 알 수 없으나 새삼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것처럼 신나고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으랴. 걸음걸이에서 만나는 사물들은 모두 긍정의 표정으로 다가오고 있다. 새삼 몸으로 만나고 표현된 시간과 공간의 실감이 좋았다.  시에 순위가 있다는 것처럼 넌센스도 없다. 그러나 어쩌랴. 운이 부족한 여러 분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전하며 ‘순위’에 든 분들에게 우주적 축하를 보냅니다. (심사: 윤제림, 장석남)  

*수필 부문 심사평  

예심을 통과한 작품 20여 편을 읽으면서 우리는 올해의 투고 작이 전반적으로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삶의 다양한 경험들을 정갈한 언어로 기술하였으며, 저마다의 애잔한 사연이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백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중,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작품은 <틈>, <숨비소리>, <걸레>이었다. 이 작품들은 예선을 통과한 작품 가운데 단연코 돋보였다. 문장은 정확하고도 군더더기가 없으며, 주제를 승화하는 방식은 매우 탁월했고, 전체적으로 글의 균형 감각 역시 나무랄 곳이 없었다.

<틈>은 도시의 삶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험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었고, <숨비소리>는 해녀로 살아온 할머니의 아름다운 삶을 차분하게 회상하면서, 우리 인생에 찾아드는 슬픔의 순간을 결곡한 문체로 담아내었다.

<걸레>는 아내와 딸이 주로 맡아 하던 집안일에 스며있는 수많은 굴곡을 걸레라는 상징물로 읽어내어, 자연스레 감정을 이입하는 수필 특유의 일상성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당선에 든 작품들은 작은 소재에서 출발하여 차츰 전체적으로 보다 커다란 주제를 감동적이고 차분한 문장으로 소화하여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세 분의 수필을 우수작품으로 선정하는 데 동의하였다. 모두 우리 생의 변두리에서 벌어지는 삶을 회상의 형식을 차용해와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주제를 매우 능숙하게 풀어내었다. 우수작 수상을 축하드린다 (심사: 황현산, 조재룡)


  시흥문학상 대상작
 
빨간 장날 / 이여원
 
빨간 장날에는 슬쩍 훔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하늘이 맑아서 예비용 서답이 없는 처녀들은 불안합니다 음전이 할머니도 오늘만큼은 빨간 몸빼를 갈아입고 빨간 장미 무늬 양산을 쓰고 왔군요 빨간색에 민망한 파란꼭지를 단 파프리카가 파라솔 아래 담겨있고요
 
빨간 날은 빨강들이 옹기종기 건너오고 있습니다 그날은 기상예보처럼 빨간 게 무겁고 가벼울 수도 있습니다 운수처럼. 장날은 빨간 쉼표 같은 날, 아랫배부터 살살 흥이 올라 파장까지 번져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되바라진 처녀들이 올 적마다 주머니가 불룩해져 가고 얼굴은 빨개집니다 초록색 지붕의 범수 아제도 하얀 삼베적삼에 빨간 목수건 걸치고 붉은 팥을 경운기에 싣고 왔군요 모두들 꽁꽁 숨는 빨간색과 드러내는 빨강이 숨바꼭질하듯 합니다
 
월요일의 빨간 수탉벼슬을 따라가면 빨간 일요일이 나오고 일요일 처녀 일요일 소녀 일요일 폐경들이 왁자한 장날입니다
 
모든 빨강은 식욕의 끝에서 자라고 있는데 흰 바지 밑에 빨간 양말 아저씨는 왜 나이가 들수록 빨간색을 묻히려고 할까요
 
구름의 한쪽 끝에서 빨간색이 터집니다
 
아슬아슬한 나이들이 모여들어 뭉게구름을 만듭니다 빨간 장날이 되면 사르르 아픈 배 챙겨 온 새털구름은 다 흘러 가버리고 발을 동동 구릅니다 빨간 고추잠자리 서너 마리가 날고 서쪽으로 뉘엿거리는 하늘빛이 붉습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