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신도림역
최준렬 | 입력 : 2018/07/17 [01:15]
신도림역
뒤돌아 설 수 없어 떠밀려 내려온 지하도
순간 길을 잃는다
내가 찾아가야 할 마을의 느티나무 보이지 않고 길가엔 한가로운 노인도 없다
유령처럼 서로 부딪히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파
집으로 가는 길 물어보려 손을 뻗어도 옷깃 하나 잡히지 않는다
난수표 같은 숫자와 어지러운 화살표 기이한 표식들로 가득한 지하도의 천장은 별자리 빼곡히 숨겨진 밤하늘이다
조금 전 옆을 스쳐간 사람은 첫사랑의 사람 저기서 다가오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위를 보고 걷는 사람들 그 사람 알아보지 못하고 길을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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