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더라, 기억도 안 난다. 정말 오랜만에 늠내길 숲길 풀코스를 정석대로 걸었다. 보도길이 유행처럼 만들어지던 2009년 늠내길 숲길이 개장되었고, 당시에는 밥 먹듯이 숲길을 찾았었다.
숲길은 원래 근처 주민들이 이용하는 등산로가 대부분이었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고 막힌 길을 열어 사용하던 코스와 이어서 만들어진 늠내길 숲길은 시흥에서는 처음이었다. 12km의 코스는 가장 많은 흙길을 밟을 수 있고 산능선을 넘나들어 그늘이 많기도 하여 찾는 이가 많았다.
이젠 풀코스 완보를 목적으로 찾는 사람보다는 집 근처 산행을 즐기는 주민들이 많다. 편한 대로 들머리를 찾아 숲길에 들어 코스를 부분적으로 걷다가 적당한 부분에서 하산을 택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그대로인듯한 숲마저도 그대로가 아니었다. 무수한 발길을 받아낸 길은 더욱 등산로다워졌다. 좁은 길은 넓어지고, 차가 다니던 길은 오히려 좁아졌다. 나무의 키는 눈에 띄게 자랐고 시야에 정겹게 다가오던 농촌의 풍경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아파트 숲이 들어섰다.
운동시설과 쉼터의 면적은 넓어지고 흙이 패여 땅 밖으로 뿌리를 드러낸 나무들이 더 많아져 있었다.
은밀하게 조용히 진행되는 숲안의 변화와 요란한 숲길 밖 세상의 변화가 비교되었지만, 키 큰 나무 사이로 햇살을 뿌려대는 숲길을 걷고 있으니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나는 제자리에 있는데 이곳만 변했나 싶었다. 아니 나는 늙었거늘 여긴 그대로구나 싶었다.
두어 번 갈등했었다. 여기까지만 걷고 접을까? 발목이 시큰거리니 이쯤에서 지름길로 갈까? 조금만 가서 2006년도에 조림했다던 잣나무가 얼마나 자랐나 봐야지. 요 앞에 있을 2011년 식목일에 심은 벚나무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봐야지. 바람의 언덕 상수리나무는 그대로 있는지 봐야지. 새롭게 다듬어진 장현천은 또 어떤 모습인지 옛 장현천과 비교해 봐야지.
그러면서 결국에는 숲길 한 바퀴를 다 돌았다. 긴 쉼을 하지 않았다. 단지 사진을 찍느라 더디 걸었을 뿐, 그래도 4시간이 소요됐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힐까 걱정했는데 다행하게도 온전했다.
모처럼 숲길을 걸으니 정말 좋았다. 이렇게 좋은 길이었구나 감탄했다. 멀리 산행을 떠나지 않아도 됨을 알리고 싶었다. 중간중간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길에 취하고 숲에 젖어 들었다.
연두연두한 봄은 곧 짙은 녹음을 자랑하리라. 이 짧은 봄이 다가기 전에 또 다시 숲길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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