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시간이 5시 50분이었다. 하필이면 새벽에 까무룩 잠이 든 탓이다. 동행인에게 호출부터 했다. 아침 6시20분이 갯골 만조라는 소식을 들은 터였고 촬영을 하기로 했었다. 동행인을 챙겨서 함께 가다 보니 6시 40분에서야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직은 그리 사납지 않은 햇살이 순둥순둥하게 흔들전망대를 어루만지며 노니는가 했더니 한순간 쑥 높이 올랐다.
카메라 셔터를 몇 차례 누르고 갯골을 감상하는 짧은 사이에 음영을 줄여가는가 싶더니 이내 그림자마저 걷어낸 따가운 햇볕이 사정없이 갯골에 내리꽂힌다.
갯골에 여름 태양이 제맛을 발휘하는 순간이 왔다. 염판을 달궈내며 소금꽃 피워내던 기억을 끝내 지워내지 못한 그 태양이.
작열하는 태양 속에서 쉽사리 갯골을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그저 갯골은 특별하다고, 그저 갯골은 여름이 제맛이라고, 그저 갯골의 바람은 태양을 이길만하다고, 그저 그저 갯골이 좋다고.
내게 있어 갯골은 이렇게나 의미가 크다. 가장 많이 찾은 곳이며,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시간대를 불문하고 찾은 곳이며, 사계절 내내 색다른 기분으로 찾는 곳이다.
갯골은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은다. 휴식, 걷기, 운동, 모임, 취미 등등의 모양새를 갖추고 찾는 수많은 사람. 무던하게 이들을 품어 안는 갯골.
갯골에는 주인이 없다. 아니 주인이 많다. 허락을 구하지 않고 찾는 사람들이 가장 당당하게 주인 행세를 하지만 정작 터줏대감들은 말이 없다. 그저 함께함이 좋다며 너른 품을 내어줄 뿐이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답게 이곳에 깃들어 사는 많은 생명이 있지만, 결단코 그 누구도 소유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래서 갯골이 좋다. 느림이 미학이 있으니.
갯골은 공원 이전에는 염전이었다. 고단했던 염부들의 손길로 하얀 소금 거둬내던 곳이다. 광활한 염전은 도시화에 밀려 생산성을 잃었고 도시로 밀려든 시민들에게는 휴식처가 필요했다.
수요와 공급, 딱 맞아떨어지는 계산법에 따라 갯골은 2000년대 후반에 공원으로 거듭났다. 생태공원이라는 제목답게 최소한의(?) 손길을 보태서.
갯골은 걷기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누구에게 추천해도 실망을 주지 않는다. 운동이든 산책이든 휴식이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찾아도 그 발걸음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걷기를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곳이 갯골이라고 감히 주장할 수 있음은 주관적인 견해에 힘을 실어줄 수많은 동지가 있음이다.
갯골의 아름다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리고 갯골에 가보라고 갯골로 오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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